2016. 8. 29. 23:22

영산이가 중딩때 오이놈 첨 만났을때부터 오이카와가 들이대서 둘이 떡쳤었으면 조켓다. 물론 그냥은 할리가 없으니까 서브알려준다던지 해서 맨날 꼬시는데 결국 안알려주ㅓ서 영산이 존빡일때 이것만 들어주면 알려준다고.. 그래서 쫄레쫄레 집까지 따라갔더니 알고보니 ㅅㅅ하자는거지. 사귀자는 건 아님. 이성적으로는 거부하는 게 맞아서 거부할라던 참에 오이카와가 " 그럼 토비오쨩은 나한테 뭐 해줄게있어? 실질적으로 내가 알려주는 거 자체가 너한테 뭔갈 주는건데 넌 줄게 하나도 없잖아. 그럼 몸이라도 줘야 타산이 맞지. ". 영산이는 안타깝지만 밥5라서 개소리조차도 너무 멀쩡한 얼굴로하니까 맞는말처럼 느껴졌다구 한다. 애초에 오이카와는 재수는 없어도 얼굴은 좀 생긴데다 동경하는 선배고해서 큰 거부감은 없엇고. 그리고 주변 애들도 동정졸업했다느니 그런얘기들리는데 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거지 ( 물론 뒷동정따이는건 영산이뿐) 그래서 드디어 둘이 ㅅㅅ하는데 오이카와가 ㅈㄴ게 잘해서 영산이 뻑가면 좋겠다. 근데 오이카와 이새끼는 지입으로 사귀는 거 아니라고 했음서도 집착욕 소유욕 쩔어서 ㅅㅅ하면서도 존나 세뇌시키면 조켔다. 토비오쨩 나랑만 ㅅㅅ해야해? 다른놈이 찝쩍대는 꼴 보이면 배구부에서 쫓아내버린다? 등을 비롯해서 나 있을땐 ㅈ위도 안되니까 정녕 못참겠음 일주일에 한번만 하라던가, ㅈ위할땐 꼭 뒤에 손가락 넣고해야돼? 항상 풀려있어야 언제 넣어도 잘들어가지. 같은거. 처음엔 뭔 개소리여 하면서 듣던 카게야마도 이런말 떡칠때마다 계속해서 들으니까 아예 그게 무의식중에 카게야마 머리에서 공식화됐으면 좋겠다. 그냥 몸에 밴 생활양식같은걸로. 근데 중요한 문제는 이 10새끼 결국 서브 안알려줬다구한다...


그래서 진짜 오이카와 졸업한 다음에도 ㅈ위는 일주일에 한번만 한다던지, ㅅㅅ를 다른사람과 한다는건 생각도 못하게되는거야. 중2되면서 성욕도 한창 활발할시긴데 이미 ㅈ맛을 알아버린 애가 그냥 용두질로 어떻게 되겠냐구. 그래서 손가락 넣어서 해본다던가, 비슷한 대체용품을 넣어보기도 했는데 결국 허무하기만 해서 욕구불만에 빠지는데 다행히 뇌속까지 배구바보라 그 에너지조차 배구연습에 써버렸다구한다... ㅋㅋㅋㅋㅋㅋ 심지어는 욕구불만이라 ㅈ위하면서도 아 빨리끝내고 배구연습해야겠다.. 이러는 배구밥5... 여담이지만 영산이가 우수한 세터인건 인정해도 영산이 자체를 싫어하는 애들 존나 많잖아.. 그런애들도 영산이가 욕구불만에 쌓여서 자기도 모르게 야한분위기 풍기는거 보면서 좀 야릇한 생각들면 조켔다. 몇몇은 ㄸ감으로 써본적도 있는거지.. 물론 그나이대 애들은 남자상대로 ㄸ쳤다는 거 자체가 존쪽이라 말도 못하겠지만.


신기하게도 오이카와가 졸업한 이후엔 더이상 연락조차 오지 않았고, 영산이는 간간히 생각나더라도 뭐, 고등학교 올라가면 같은 학교거나 적으로 만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마찬가지로 연락은 안할거같다. 뭔가 물어보는거라면 몰라도 ㅅㅅ때문에 전화하는건 자기 스스로도 부끄럽다고 생각해서 안함.


그렇게 2년이 흐름.

카라스노 고교에 진학한 뒤 처음으로 적으로써 오이카와를 만났을 때 영산이가 느낀건 서운함이었음. 왜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 지도 모름. 그냥 자기 중학교때 인생 휘둘러논 놈은 저렇게 태연하게 다른놈들과 잘 지내고있다는 게 열받아서? 보통 사람들은 절대 따일리 없는 뒷동정을 따여서 그맛까지 알게해놓고 무책임하게 방치해버린거? 졸업하자마자 애초에 관심이라곤 병아리손톱밖에 없던것처럼 연락 끊긴일에? 사실 그런게 아니었음. 어차피 합의하에 한 관계이고 사귀는 게 아니라고 확연히 정하고 시작한 관계니까. 이윤 모르겠고 부글부글 끓는 감정에 오이카와 도끼눈으로 바라보고. 오이카와는 다 알면서도 능글맞게 히죽 웃어서 영산이 존나 분노했음 좋겠다. 물론 그 에너지는 전부 배구시합에 썼다구한다..

카라스노는 경기에 패한데다가 영산이는 유난히 팀뿐만 아니라 오이카와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진 느낌을 받았음. 경기는 경기일 뿐인데 왜 저 사람에게 감정적으로도 부정당한 느낌이 드는지 알 도리가 없었음. 유일하게 생각나는건 도저히 이대로 놔둘순 없다는거였다. 사실 그게 옳았음. 시간때문에 가라앉은 감정이 요동치는데 이건 도저히 배구연습으로도 가라앉힐 수 없는 파동이었음. 영산이는 돌아가는 길에 오이카와에게 전화를 검. 사실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채라서 전화 수신음 뚜루루 가는내내 긴장해서 자기도 모르게 손이 차가와짐. 그러다 딸깍하고 상대방이 전화받는소리에 오히려 놀람. 여보세요? 오이카와였음. 


" 토비오쨩이네? 난 나보다 못하는 세터전화는 안받는데. "  언제나처럼 재수옴붙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굳게 맘먹고 말을 꺼냄.

" 오이카와상. 저 중학교때 일 기억나세요? "

" 아니? " 수화기너머가 잠깐 침묵했지만 카게야마는 꿋꿋이 기다림. " 나 바빠서 용건만 말했으면 좋겠는데. " 

거짓말하네. 내가 무슨말하는지도 진짜 몰랐다면 아니라곤 안했겠지. 전화받는 오이카와 목소리가 묘하게 떨리는 걸 영산이가 알아챔. 그제야, 원인도, 감정의 이유도 몰랐지만 뭔 말을 해야할지는 알았음. 배구공에 기합넣은것처럼 숨 한번 들이쉬고 다시 말을 이어감.


" 저 처음 배구부 들어갔을때 니가 줄수있는건 몸밖에 없으니 그거라도 달라고 했잖아요. 지금에야 생각났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오이카와상 하신거 범죄아닙니까. 그게 자기보다 어린 어린애한테 할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범죄자씨. "

" 뒤에 쓸데없는 게 붙었는데. "

" 전 오이카와상이 했던 말때문에 지금도 ㅈ위는 일주일에 한번뿐이 안하고, 할 때도 손가락넣는게 습관이 됐어요. 항상 풀어놔야 잘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

" 토비오쨩, 너 지금 길이라는 걸 알아야할 거 같아. " 

" 그런건 상관없어요. " (" 아니, 상관있지않냐. ") 영산이는 과감히 상대를 무시할 줄 알았다.


" 전 오이카와상과 다시 섹스하고 싶어요. "


이번엔 아까보다 더 긴 침묵이 이어짐. 그리고 이번에도 영산이는 꿋꿋이 기다림. 한참. 수화기를 너무 꽉쥔터라 손이 빨개질쯤에야, 그제야 답이 들렸음.


" 미안하지만 오이카와상은 이제 너한테 흥미가 없거든. 그땐 서로 중학생이었고.. 그 때일을 이렇게 꺼낼줄은 몰랐어. "

" 네. "

" 난 이미 잊었어. 만나고 싶었다면 내가 진작 연락을 했겠지. "

" 네. "

" 설마 이렇게까지 말하면서 연락할줄은 몰라서 좀 당황스럽네. "

" 네. "

" 난 이제 누구 만날시간도 없이 바쁘다고. 알겠어? "

" 네. "


영산이는 반은 오기로 대답하고 있었음.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은채라 오이카와 말투가 점점 거세진다는 자각도 못함. 딱히 다른 말도 생각나지 않았고, 구차하게 매달리고 싶지도 않아서임. 그런데 자꾸 울컥울컥 올라오는 서운함에 목이 메인터라 목소리가 옅게 떨리고는 있었음. 수화기 저편에선 답이 없었음. 영산이는 이번에야말로 끊었구나. 라고 생각함. 그래도 바로 끊을 여유가 없어서 입술을 꾹 앙다물고 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 놀람.


" 너 어디야. "

" 네. "

" 어디냐고. 네네 거리지좀 말고 대답해. "

" ... 저희동네 사거리요. "

" 알았어. "


전화가 끊김. 생각해보니 자기네 동네라 해봤자 오이카와가 알리도 없을텐데 알았다고 끊은 상대가 이해가 되진 않았음. 눈가가 뻐끈한 느낌에 눈가를 벅벅 문지름. 경기에서 졌을때도 울진 않았는데 이러는 자신이 좀 꼴사납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음. 왜 서있는지조차 몰랐지만 그래야할 거 같았음. 앞에 있던 신호등의 신호가 10번은 넘게 바뀌는걸 바라봄. 빨간불. 점멸. 그리고 파란불. 그때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릴때야 카게야마. 영산이가 고갤듬. 오이카와였음.


" 너 진짜 사람 열받게 한다. "


얼마나 뛰어왔으면 땀이 흥건한데다 목소리까지 허덕임. 그제야 영산이는 자신이 기다린이유를 알았음. 


그리고 반강제로 자기집으로 끌고들어간 52카와네 집에서 신나게 화해떡을 쳣다구한다 ㅅㅅ




- 오이카와


오이카와는 영산이 처음 볼때부터 헐 고양이상 캐귀엽네 라고 생각함. 그래서 아끼줘야지 싶던 후배였음. 근데 이놈이 무시무시한 천재인데다가 자기한테 서브배우면 분명 자기 뛰어넘을거같아서 알량한 질투심에 놀리기만 하고 안가르쳐줬음. 근데 유난히 끈질기게 매달리던날에 장난삼아 ㅅㅅ하자고 한거 영산이가 덥석 물어서 놀란건 오히려 오이카와엿음. 이럼 안되지않나, 하면서도 막상 영산이가 자기 밑에서 허덕대니까 영산이가 천재로써의 질투심을 제외한 자기꺼로써의 지배욕이랑 소유욕만 존나 불탔을듯. 그래서 자기취향 존나 쏟아놓곤 수습안될거같아서 도망친것도 52카와.. 사실 졸업할때 고작 1년새 엄청 성장해있는 카게야마 보면서 천재라는걸 다시끔 자각해서 라이벌 의식 불태웠엇음 좋겠다. 질투심도. 그래서 어설프게 만나는 것보다 차라리 서로 배구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연락안한거였음. 처음 몇달간은 힘들었지만 세월이 약이라더니, 점차 영산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될정도. 간혹 생각나면 그만큼 배구에 집중하면 되는 일이었음. 물론 이와쨩은 이유를 알았기에 유난히 열심히하는 날에도 인상을 찌푸렸다구한다..


2년이나 지났고, 상대팀이 영산이가 있는 고교라고 해도 별 미동이 없었음. 얼굴봐도 똑같겠지, 지금은 그냥 적이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진짜 괜찮을 줄 알았다. 비록 경기장엔 부상때문에 후반에 나타나긴 했지만, 네트 바로 건너편에 영산이가 있는 걸 알았음.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볼라고 했는데 갑자기 심장이 좀 쫄아드는 걸 느낌. 뭐야, 별것도 아닌데. 괜한 기우라고 생각하면서 생각떨쳐버리고 뒤편에서 준비운동하면서 무의식중에 카라스노쪽을 힐끗 봤음. 동그란 까만머리. 영산이. 카게야마가 있었다. 순간 머리속이 새하애지는걸 느끼면서 오이카와는 그제야 괜찮지 않았다는 걸 알았음.


다행히 숙련된 실력자라 개인감정에 치우쳐서 경기를 망치는 일은 없었지만, 경기내내 유난히 영산이를 보고있단 걸 부정할 순 없었음. 도끼눈 뜬 것도 귀여워. 배구공 돌리는것도 귀여워. 기합넣는게 고요한것도 귀여워. 왜 저녀석은 키가 커도 여전히 귀여운거야?! 마지막 말은 이와있는곳에서 말해서 존나게 처맞았다고 한다.


참고로 영산이에게 걸려온 전화 받을때도 이와가 옆에있었는데, 쿨한척 하던 오이카와가 전화끊자마자 식은땀 줄줄 흘리는걸 보고 너 정말 쓰레기구나 라고햇다구한다.




+ ps 오이카와네 집에서 떡친후


" 혹시 오이카와상 아동성애자인가요? 어린애였던 중학생에 이어서 고등학생을 노리시네요. " 오이카와는 마시던 물을 뿜음.

" 중학교때 네가 어린애라니. 중학교때 기억하기론 너 어린애 아니라고 하지않았냐. "

" 아니요, 어린애였습니다! "

오이카와는 이새끼가 지난일이라고 자신을 매도하는걸보며 깊은 분노에 사로잡혓다고 한다.




Posted by 아울리에
2016. 8. 29. 20:36

이젠 하이큐를 가장 좋아해요.

Posted by 아울리에
2014. 12. 16. 02:18

처음 커다란 문을 두드린 걸 기억한다. 들어설 때 나던 낯선 공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볼 시간도 없었다. 앉았을 때 놀랍도록 푹신하던 의자, 제 옆에서 포크를 건네주던 검은 머리의 누나. 예쁘지만 어딘가 피곤해보이던 여자. 나는 모든 걸 어렴풋이, 또한 선명하게 기억한다. 귀 뒤로 들리는 문이 열리던 소리. 처음 보던 또래 남자아이. 귀찮은 듯이, 그러나 한편으론 순종적이게 제 어미의 말을 따라 자신과 걷던. 이름이 뭐야? 대답하던 성가신 음성을 기억한다. 백건. 나는 그 한 마디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아주 오래동안.


8년.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 시간동안 나는 너와 무수히 많은 대련과 대화를 나눈다. 또한 수많은 접촉도. 나는 큰 기이함이나 제게 일어나는 변이나 갑자기 숨이 막히던 모든 이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알아챈 뒤엔 나와 네 곁엔 어느새 떨어지지 않을 두 명이 더 붙어있었다. 우습지만 내게는 정말로 당연하게 너를 좋아했다. 자각한 뒤에는 너와 함께 있을 시간이 이전과는 달리 여겨진다. 단 둘이. 너와 있고 싶었다. 옆에는 현무와 청룡이 있다. 너와 나의 사이를 갈라놓거나 끼어들만하다고 유치한 생각을 해야만 할 사람들은 아니다. 길가에서 지나친 넘어진 아이처럼. 가볍다. 존재와 의의조차도 희미하다. 그러나 그것은 끈덕지게 제 마음에 달라붙어 답답함으로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다. 지나치기 전에 잡아줄 것을, 또는 일으켜 줄 것을. 이미 늦은 일이며 나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미련하게,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에 오기 전에 너에게 말을 할 것을, 좀 더 빨리 자각할 것을. 좀 더 많은 시간을 둘이 보낼 것을. 몇 번이고 곱씹던 손톱처럼 행동만큼이나 미미한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못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난 네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 할 수 있고, 다른 이들보다 유대도 뛰어나며 서로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보다 높다. 내가 웃거나 넋을 놓을 때도 넌 의문을 가지거나 일일히 반응하지 않는다. 내가 너를 바라보는 것처럼 너도 내게 익숙해진 터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너는 무례할 정도로 당당하고 털털하며, 그럼에도 아주 가끔씩은 쑥맥처럼 군다. 그리고 친근한 이에게만 보이는 까칠한 다정함이 있다. 너를 좋아한다. 그러나 간혹, 마음을 간절하게 하는것은 다른 이들에게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때다. 나는 네가 하는 행동이 뿌듯하고, 친숙해 좋기도 했지만 못내 섭섭하기도 했다. 식탁위에 놓인 물을 집어드는 남자. 백건. 부르면 뒤를 돌아보는 얼굴은 익숙하고 뇌리에서 잊을 수 없는 모습 그대로다. 왜?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말투가 불손하다. 냉장고에 찬 음료 있어. 너는 대답없이 뒤돈다. 못들은 것처럼, 또는 신경쓰지 않는것처럼. 그리고 넌 내 말을 듣고 냉장고 문을 연다. 손잡이를 잡은 손은 크다. 하하. 난 들릴 듯 말듯 웃는다. 냉장고 문 위로 삐져나온 색이 옅은 머리카락. 이상하게 당연한 것이 좋았다. 네가 스스로 감당하기 벅찰만큼 좋았다.


아침에는 부스스하게 눈을 뜬다.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교복이 걸려있을 장농을 쳐다본다. 닫힌 나무문. 오늘은 열 일이 없을거라 생각하며 몸을 일으킨다. 약간 찌뿌둥한 어깨를 돌며 밖을 내다본다. 종이 사이로 보이는 빛은 아침이었다. 문을 열면 마당, 옆을 보면 매화장. 마루에 앉아 신발을 신는다. 나무 위를 올려다본다. 나무 위에 서있는 건 너. 그처럼이나 당연하게 너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게 틀어지거나 잘못되리란 생각을 한 적도 없다. 올곧은 믿음.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었을지. " 좋은 아침. " " 어. " 무미건조하고 의미있는 대화. 내게는. 그랬다. 나는 우뚝 솟은 나무들 앞으로 걸어간다. 한 발로 서서 역기를 들고 있는 너는 우람하게도 보인다. 현우와 청가람은 나오지 않았다. 바람이 선선하다. 가슴이 파인 제 옷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닭살이 돋는다. 몸을 움직이면 괜찮아 지겠지? 나는 위에 있는 너를 올려다본다. 시선을 느낀 너의 반응이 느리다. 오래토록 올려다봐야만 시선을 내린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러나 말거나 걷는게 당연한 것처럼. 이것도 같다. 백건. 제 이름이 불린 이유를 묻는 얼굴. 불안, 조급, 초조함. 나는 이상하게 기대감마저도 없이 인사만큼이나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백건. "

" 왜 자꾸 불러? " 인상 쓴 얼굴. 저러니 까칠하다고 소문이 나지.

" 나 너 좋아해. "


백건이 들고 있던 역기는 무거워서, 떨어짐과 동시에 매화장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다.





' 왕철씨! 어서 가요. '

" 나 저 배우 보기싫어, 안 봐. "

" 공자, 언제 마지막으로.. "

" 더러워! "


기운차구나. 먼. 문 안에서 한참동안이나 들려오는 목소리가 익숙하다. 할머니와의 대화를 마치고 일어선다. 제 다리에 몸을 비비는 멍뭉이가 푹신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건으로 마른 얼굴을 문지르는 백건이 있다. 당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빽건! ㅂ 발음은 언제나 악센트가 실리기 마련이라 저는 종종 별명처럼 그리 부르곤 했다. 꼭 친구끼리 부르는 애칭처럼 들린다. 이 생각을 알거든 백건이 나를 한강물에 던지려 들겠지. 제 생일에 은이 누나가 온다는 말에 백건은 집을 나선다. 수염도 안 깎는거 봐 저거.. 안경을 저리 잘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라 생각한다. 문을 나서기 전 멀어지는 뒷모습을 본다. 째진 눈으로 쨍알대는 청가람의 말에 적당히 대꾸하고, 방으로 들어가려 벽을 짚던 참이다. 곁눈으로 보이는 매화장. 아직도 쓰러져있는 나무들, 파편. 선명하게 찍힌 자국. 먼지 바람이 허황하게 분다. 나무조각이 날아오진 않을까? 의미없는 생각을 한다. 그처럼 나는 네 대답을 기억했다.


' 제발 친구로 끝내자. '


주변이 엉망이 된 원인이 제가 아닌듯이, 녀석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라 생각한건가. 너는 네가 만드는 소란을 가볍게 여기면서도 주도면밀한 면이 있다. 너는 쉽게 지나가는 말로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그리 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고, 너도 그렇게 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 나는 멀어지려던 뒷모습을 마저 본다. 꽁무니 하나. 어째 입술이 씰룩거린다. 고작 그 정도 반응이라 이거지. 남은 두 사람을 돌아본다. 저와 같은 방향을 눈을 반짝이며 보던 현우. 그래. 일단은 이정도면 될테다. 네가 먼저 안하면 내가 다시 하지. 주먹을 쥔다. 세게. 뚫어질 듯 문을 바라보는 현우를 보며 사람좋은 얼굴로 말을 꺼냈다.


" 쟤 속세나들이 하네. 기왕 가는김에 같이 가봐. " 

" 정말입니까 주작공자! " 그래도 됩니까? 미심쩍게 들리는 질문이었으나 바라는 대답은 표정에서 훤히 보였다. 

" 응. 어차피 네가 같이가면 백건도 나돌아다니기 귀찮아져서 금방 돌아올걸. "


답례로 나는 네게 엿을 보냈다.






아침 수련때다. 제가 망가뜨린 매화장을 드디어 수리해놓은 백건이 옆에 있다. 평정 유지, 근육 단련! 수련하면서 들었던 구부정하고 낡은 말들은 의미없이 머리속을 지나간다. 무념무상이 수련에 가장 좋다고 하지만 여러생각이 머리속을 지나치는 건 어쩔 수 없다. 남자 목소리, 여자 목소리. 그 중에 앙칼졌던 여자 목소리. 난 양아치는 정말 싫어! 날 때릴거야.. 넌 친구밖에 모르니? 하늘을 본다. 유나비라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가볍고 큰 의미없는 문제에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백건이 저를 본다. 난 아무말도 안했는데. 들었는데도 들은 것 같지가 않다. 


" 친구에서 더한 관계가 되고 싶다는 건가? "

" 제발 친구에서 끝내자. "

" 너 말고! "


소리친 후에야 같은 대답을 들었던 때가 생각난다. 아, 이런 멍청한.. 질린 기분이 든다. 저 놈이나 나나 아침때라 머리가 덜 깼나보군. 때아닌 무안은 김칫국을 들이마신다는 냉철한 일침에 더한 무안으로 지워진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제 이상형은 키크고 섹시하고.. 어쩌구저쩌구. 들은 듯 만 듯한 먹구름낀 하늘같은 목소리와 기분이 갑갑하다. 네 얼굴을 보기가 갑자기 힘겹다. 그 순간에 나타난 현우는 저를 탓하며 강아지에게 쫓기고 있다. 다행히도, 나는 그 이상 너와 대화를 나눌 일은 없었다. 전과 달리 역기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착지하는 백건. 정말 웃긴다, 하하하. 쫓아오지 마십시오! 김칫국을 마신다는 말 때문이겠지, 별 생각은 안했다고. 하지만 비단 그것때문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너는 같은 말을 또 다시 반복했다. 각인하듯이, 꼭 다시끔 새기려 내리찍듯이. 너는 확실하게 못을 박는다. 부끄러웠다. 사라지는 뒤통수를 보며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 못된 놈. "


네가 중얼거린 눈부신 꿈을 기억한다. 그리고 난, 받은건 무엇이던 되돌려주는 성격이었다. 그날 밤, 백호공자 타도에 실패한 청가람을 통해 난 네게 두 번째 엿을 선사했다.







하늘이 청명하다. 들어올린 역기를 베게처럼 목을 뉘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내내 똥색이더니 드디어 갰구만. 눈꺼풀을 깜박일때마다 눈이 약간 찝찝했다. 깬 지 얼마 안된터에 눈꼽이 낀 것 같았다. 잠시 역기를 내려놓고 눈을 비비던 차다. 신발에 모래가 지글거리는 소리. 누군가 수련하러 온 모양이다. 눈을 들어 확인하기에는 아직 눈이 뿌옇다. 나는 아직도 눈을 비비고 있었다. 아마 목소리가 들리고도 올려다볼 일은 없을 것이었다. 누군지 안다면. 그러나 다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아픈 눈에도 고개를 들었다.



" 야, 주은찬. "

" 응? "


뿌연 시야는 안개처럼. 옅게 보이던 인영은 아주 천천히, 차차 그림을 그리듯 선명해진다. 빗방울에 번진 색처럼 뿌옇고 넓은것이 서서히 자리를 잡는다. 백건. 널 알았다. 왜? 무덤덤한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완연한 시야. 너는 헝클어진 머리를 북적이며 인상을 쓰고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네 시선을 마주하며 하늘을 본다. 구름은 평정하고, 새벽공기는 서늘하게 맑다. 난 네가 무슨 말을 할 지, 어떤 상황이 될 지 전혀 모른다. 알지만 기억이 안나는 걸지도 모른다. 잠잠히 네 말을 기다린다. 이상하다. 난 그 시간이 너무나 편안하게 느껴진다. 적막하고, 고요하고, 또 신기할 정도로 행복한 기분. 눈조차 감지않고 너를 본다. 네가 입을 열기를 기다린다. 너는 무슨 말을 할래? 본다. 그제야 네가 입을 연다.


" 너 요즘 왜 그래? "

" 뭐가? "

" 시치미 떼지마. 너 자꾸 시비걸잖아. "


의문의 표정을 짓는 내게 너는 화를 낸다. 펴질 줄 모르는 눈썹이 인상깊다. 나는 네가 말하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공연히 모르는 체 생각하는 척을 한다. 한참뒤에나 낸 소리. 아! 바닥을 앞발로 파던 네가 나를 본다. 너는 변명을 바라겠지. 이유나. 내겐 확연한 이유가 있다.


" 네가 제대로 대답 안해주니까 그렇지! "

" 무슨 대답? 설마 그때 그거 말하는거야? " 질린 표정. 어이가 없는 건지, 황당한지, 한심한지. 어쩌면 모두. 너는 너무나 쉽게 그런 표정을 짓는다. 물러설만도 하다. 그러나 그러기엔 내가 너를 알고 지낸 시간이 길었다.


" 대답한 걸로 아는데. "

" 그런 모호한 대답은 답변이 될 수 없어. "

" 그래? 알았어. " 


한숨. 내리깐 눈이 피곤해 보인다. 큰 손이 용맹한 눈을 덮는다. 문지르는 게 꽤나 센데도 불구하고 네 얼굴엔 짓눌린 자국 하나 없다. 금강불괴의 몸은 단정하다. 나는 여전히 현실감각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 난 정말로 너와 이야기하고 있는 게 맞는데. 큰 일을 감안할 때는 심호흡이나,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 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기엔 넌 너무나 무심했다. 너는 눈을 감거나 숨을 들이쉬지도 않는다. 백건이 입을 열었다.



" 널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거 같다. 미안하다. "

너는 꺼져가듯이 그리 대답한다. 새소리. 물소리. 어디서 나는 걸까. 한참이나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는걸지. 등 뒤에 멘 무게는 팔을 욱신거리게 만든다. 네가 꺼진것보다 더한 무게로 숨을 끈다. 아무렇지도 않게 들이쉰 숨을 바닥까지 내뱉고, 숨이 찰정도로 내쉬고나서야 참는다. 목이 눌리듯 막힌 감각. 평정을 위한 최소의 발돋움이다. 귀 안이 다소 멍멍하다. 티나지 않게, 평소처럼. 그래야지. 그렇지 않으면 네게 지게 될 테니까. 그제야 난 입을 열었다.


" 그래서 대답은? "

" 너 죽을래 주은찬? "


나는 맥없이 웃었다. 내 근거없는 자만과 교만에 대한 수치를 제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그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었다. 말을 말자. 입을 다물고 안에선 곱씹더라도 너에겐 보이지 않게 할테다. 아침이나 먹어. 코가 미친듯이 찡하고, 목이 죄이듯이 아픈 상황에서 유일하게 유일하게 멀쩡히 내뱉을 수 있는 마지막 말이다. 그 이상은 말을 할 수도, 반응 할 수도 없다. 너는 나를 본다. 청가람이 내민 요리에는 고기냄새가 섞인다.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다. 너는 우둔하지 않다. 눈치없거나, 멍청하다는 평판을 듣는 건 이성보다 네 하고싶은 대로 움직이는 이유가 크다. 너는 분석을 잘 하고 작은 배려가 배어있다. 역기 내려놓고 싶다. 그러나 그 이후에 네 말과 내가 어떤 반응을 하는 것이 두려워 저린 팔을 디미고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멍청하게 똑똑한 놈. 너는 내가 어떤 상태인 지 알 수도 있다. 모를 수도 있지만 네가 알 거라는 확신이 선다. 너는 배려깊게, 내가 가지고 싶은 혼자만의 시간을 줄 수도 있었고. 또는 눈치없게, 나를 외면하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게 그거다. 그러나 너는 둘 중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소꿉친구의 부질없는 정이다. 마모된 모서리만큼 희미하게 닳아있는 일말의 양심인지, 죄책감인지. 입술 안쪽이 뜯긴다. 너는 내가 원하는 걸 결국 해주지 않는다. 잔인한 놈. 악독한 놈. 팔이 너무나 저렸다. 코가 어느새 새빨개져 아플정도로 찡한 게 올라온다. 목이 졸리듯이 너무 아프고, 기침이 나올 것만 같다. 무너지듯이 역기를 떨어뜨리고, 몸을 웅크려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얼굴을 덮은 손. 지금 내게 허락된 공간이 단지 그것뿐이다. 열리는 입이 버석하게 마른다. 목구멍에서 갈리듯 나오는 소리는 참으려던 게 터지듯 날카롭고 유려함조차도 없다. 주작답지도 않고 인간같지도 않은 울부짖음이 터진다. 터지는 함성은 웅크려왔던 것보다도 작고, 초라하고, 깊다. 팔안에 묻은 눈을 짓누른다. 아플정도로. 그러지 않고서야 견딜수가 없었다.


가라앉는다. 시커멓게 아래로 떨어지듯이 눈 앞에 보일 모든 색이 빛을 잃을 것 같다. 난 고개를 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한참이었다. 따듯한 냄새조차 없이 식고 불만섞인 목소리만이 실린다. 몸은 굳은 듯이 아프다. 말을 꺼내고, 눈을 마주치는 행동을 했을 때야 감정은 선이 이어진다. 단지 무릎을 끌어안고 애꿎은 울음만 짜내는 건 소모성이고, 오래갈 수 조차 없다. 혼자뿐인 눈물이 마른다. 다리가 저려온다. 나는 이제야 일어날 생각을 한다. 너는 여전히 앞에 있다. 왜 그래, 백건. 왜 그래. 그 이상의 울음을 내비치기엔 내 자존심과, 생리적인 고통이 지겹다. 눈을 감았는데도 다시 감는 것 같다. 포기하듯이. 그제야 발걸음이 움직인다. 네가 멀어질 줄 알았다. 기이하게도 머리위에 덮이는 손은 분명히 네 것이다. 그러나 위로가 아니다. 너는 네 큰 손처럼이나, 덮을 뿐이었다. 네가 덮은 것처럼 모두. 


너와 네겐 그게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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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울리에